일기 203

명함

문득 명함케이스를 열어보니 명함이 거의 다 떨어져 간다. 처음 명함을 지급 받을땐 이걸 나눠줄 일이 있을려나 하고 구석에 쳐박아뒀는데, 이게 이렇게 다 없어졌다. 대체 누구한테 뿌린거지? 어느샌가, 자기소개의 일환으로 명함을 건내기 시작한것 같다. 한편으론, 서랍을 열어보니 사람들에게 받은 명함이 수십장 포개어져 있다. 대체 언제 받은건지 기억이 안나는것은 물론이요, 이름을 보아도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명함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타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지도 모른다. 동기중의 어떤넘이 "아.. 빨리 그럴싸한 직급이 명함에 들어가야 할텐데..." 라고 말했다. 요즘 TV에서 순금명함을 만들어준다는 캠페인 광고가 눈에 뛴다. 그런걸 볼때마다 뭔가 알..

일기 2007.01.09

올해 첫출근

날씨 : 청명, 바람 조금. 매년 첫 출근하는 날은 회사가 웅성거린다. 왜냐면 전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기 때문에. 예상했던 대로, 사장아저씨의 훈시는 메일체크 하는 사원들의 귀요깃감으로 흘러가버렸다. 킥킥거림, 기침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간간히 들려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등, 언제나 다를바 없는 새해 첫 출근일의 표정이었다. 복장 터치 않하는 직장이라 언제나 대충입고 다니는데 첫날에 양복 쫙 빼입고 오는 사람이 있다. 나도 작년에 그런가 보다 해서 양복차림으로 갔는데, "어, 진짜로 입고 왔네?" 라는 말을 듣고 가벼운 배신감에 몸서리 쳤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사람이다. "아니, 작년엔 안입고 오시더만... " 돈가방은 퉁명스럽게 밀어보았지만, "아니 새해 첫날엔 정장으로 오는게 ..

일기 2007.01.05

연휴끝

오늘로 신정 연휴가 끝났다. 뭔가 이렇다 할 이벤트도 없었지만, 그래도 혼자 나름대로 어찌어찌 잘 보낸것 같다. 올해 해야 될 일도 생각해보고(로드맵이라고 하나 그걸...) 각오도 새롭게 다지고 말이다. 내가 작년말에도 끄적거렸듯, 올해는 내 의지로라도 내 생애 최고의 한해를 만들고 말것이다. 최선을 다하는것, 매일매일 충실하는것, 포지티브 思考, 불평하지 말고 지금의 상황에 감사할것, 항상 새로운것에 도전할 것 등등. 내일은 8시 15분부터 시무식이란다. 도열(?)할 필요는 없고, 각자 자리에 앉아 社內스피커로 부터 흘러나오는 사장아저씨의 훈시를 가볍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주는 것으로 끝난다. 아마 모두들 메일 체크하느라 방송 따윈 듣지 않겠지만. ^^; 그러고 보니, 이번주는 우리회사 토요일이 근..

일기 2007.01.04

바람 맞고 돌아오다

날씨 : 맑음. 무쟈게 추움. 저녁때까지 영화보고 소일하다가 약속있어서 약속장소에 나갔다. 시간도 좀있고 해서, 운동삼아 걸어 갔는데, 5분도 안되서 걷는게 아니었다고 후회했다. 영화관에 들러서, 적립된 마일리지로 내일 저녁 심야상영을 땡기기로 하고, 다시 약속장소로 가려는데 메일이 왔다. "오늘 보는거 맞남?" 맞다고 메일보내고 약속장소에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를 않음. 45분이 지날때까지, 세통의 메일을 보냈지만 무응답이었으므로 돌아옴. 가끔, 사람 기다릴때 그 사람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데, 나도 그리 좋은 사람은 못되나 보다. 평생 모른척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머하러 나갔는지도 잘 모르는체, 일단 외출해서 돌아와서 좀 벙쪄서 캔맥주 한개 깐 다음에 다시 영화 감상. 목이 부러지겠다.

일기 2006.12.30

연하장

올해도 연하장을 준비해서 보냈다. 직장 상사들, 연구실 교수님, 동기 몇명. 비록 정치적인(?) 발송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년 이렇게 보낸다. 역시, 메일이나 e-greeting등의 손쉽게 클릭 몇번 해서 보내는 것 보다, 몇자라도 좋으니 자기 손으로 적어서 보내는 연하장이 받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보내는 사람도 기쁘다.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을때 느끼는 각별함은, 초등학교때,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본 사은품 추첨때문에 낯설은 관제엽서를 우체통에 넣었던 그때의 그것과 전혀 다름없는 것이다. 아직도 말이다.

일기 200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