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낙원상가 다큐멘터리를 보고나서.

돈가방 2008. 12. 23. 09:48

다큐3일 낙원상가편을 뒤늦게나마 다운 받아서 봤다.

낙원상가....
그리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몇번이고 저 계단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돈가방이 대학생때 까지였던가.

자칭 "음악한다","뺀드한다"는 사람치고 낙원상가 한번 안 기웃거린 사람이 있을까.

얼마얼마짜리 기타가 어디어디 가게에 걸려있더라,,, 어디가게가 안좋네, 어디가 친절하네,,, 등등
악기의 최신유행이나 뮤지션에 관한 벼라별 루머와 가싶이 바로 이곳에서 흘러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다.

돈가방이 낙원에 처음 갔던게 언제더라...
부산 촌놈의 눈앞에 펼쳐졌던 별세계는 정말이지 충격 그 자체 였다.

몇번 왕래를 하다보니, 나이도 들고 들은것도 좀 많아져서, 어느순간 부터 슬슬 낙원 가면 뭔가
손해보는거 같고,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던거 같다. 왜 그랬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온 뒤, 이곳의 음악환경을 접하고 부터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졌다.

낙원상가의 은혜(?)를 이런식으로 저버리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안타까울뿐.

인터넷샾이 대세인 요즘, 낙원을 직접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나, 비록 아무것도 사지 않더라도
그냥 한번 휙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다.

안사면서 뭘 자꾸 묻냐, 딴데가서 알아봐라, 싸게 해줄께, 이거 여기밖에 없는거야 등등,
이젠 다 알아서 더욱더 흥미진진한 사발&이빨들을 뒤로 하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것도,
간만에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순대류를 싫어하는 돈가방으로선, 그 계단을 오르내릴때 풍겨오던 약간 역한 냄새가 다시금 후각을 자극 시키는거 같아 좀 어지럽다. ㅎㅎ

다큐를 보다가 반가운 인물이 나왔다. 내가 호들갑을 떠니 와이프가 누군데 그러냐고 옆에서 웃었다. ㅎ
그 전에 2층에 계셨는데, 지금은 1층에 자리를 내고 계시나 보다.

기타 고쳐주시는 할아버지...~

돈가방의 샤벨도 이 마이스터의 손을 거쳤다.

넥이 맛이 가서 한번 들고 갔었던가.

"어디가 아파서 왔어?"

솜씨좋게 잘도 고쳐주셨더랬다.
기타 보시면서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던 것도  기억나고.
다큐 보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약간 퉁명스러우시고 정겨우신건 여전하네. ㅎㅎㅎ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낙원상가 재개발 한다고 그러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네.
이정도의 문화적인 아이콘은 왠만하면 놔둬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손에 넣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래서 낙원상가를 더욱 동경하게 만들었던
디마지오 형광색 커버 험버커 사진이 보고 싶어진다. ㅎㅎㅎ


사진출처 :

KBS 다큐3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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