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귀국할때 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이번에는 특히 신경써서 황급히 집으로 내려왔건만,
집에는 아 무 도 없 다.
하긴, 일본이야 지금이 황금연휴중이라 난리 법석이겠지만
여기야 시퍼런 평일 아닌가. 가족들이 다 어디론가 나가는게
지극히 정상적인거겠지.
집에 혼자 있으려니 몸이 뒤틀리고 해서 집근처에 있는 극장이나
한번 가보려고, 영화 뭐하나 인터넷에서 대충 살펴봤더니
별로 땡기는게 없어서 관뒀다. 우아한 세계는 이미 부산시내
어느 극장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영화도 물건너 갔고, 이제 남은건 케이블 TV.
한시간 정도 들누워서 보다보니까 좀이 더 쑤셨다.
메신저로 바쁜 사람들 괴롭히는것두 좀 그렇고 해서 이제 정말 뭐할까
하다가 손이 간 곳이 "위문품"이라고 적힌, 군바리 시절 주고 받았던
편지를 모아둔 상자.
대체 이 상자는 언제 받았던가.
꽤나 큼직하네. 분명 좋아라 먹었을꺼야.
상자를 열어보니, 가득히 포개어진 편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덤으로, 하루하루 일기가 기록된 쥐색 다이어리 두권도 발굴ㅤㄷㅚㅆ다.
다이어리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우선 편지들을 뒤적였다.
내가 전에도 언급했지만, 역시 편지는 나중에 들추어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메일따위랑 비교를 하겠어? 이건 완전히 무슨 DVD보는 느낌.
편지지하며, 글쓴 사람의 글체하며, 희미하긴 하지만 어떤 냄새까지.
벌써 12,3년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다시 생생히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이거 받았을때 심난했지..'
'휴가 나가면 꼭 이거하자 저거하자 했었지. 이거 보믄서...'
몇장 들추다 보니, 군대가서 첨 받은 편지가 나왔다.
다름아닌 집에서 온 편지.
한장 가득, 앞장은 어무이가, 뒷장은 아부지가 써서 보내온 이 편지.
뛰엄뛰엄 눈에 들어오는 내용인즉슨,
'너를 보내고 한번도 울지 않았단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 (생략)' - 어무이
'남자라면 다 한번 거쳐야 하는 것이다. 끈기와 참을성, 사회 생활에 필요한 용맹함을 배워서... (생략)" - 아부지
등등의 정말이지 고무적이고 감동적인 멘트들.
지금 생생히 떠오르는데, 이 편지를 아침에 점호하기 전에 뜯어보고
얼마나 감동이 되고 힘이 나던지, 봉와직염에 걸린 발목의 통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군가도 더 목이 터져라 부르며 그날 훈련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편지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과연 메일이 이런 에너지를 실어줄 수 있을까?
훗날, Mom & Dad의 편지는 나의 힘들었던 유학시절에 다시한번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편지를 봉투에 접어넣고 다시 뒤적거리기를 계속 하다보니
어느덧 두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직 반도 안봤는데... 하며
뒤집어 엎기를 계속한것이 장장 네시간.
참 많이도 주고 받았다.
Jaymz군이 훈련소에서 특기교육 할때 보낸 편지도 발견했고,
그가 자대 가서 고참들이랑 같이 찍은 군기 완전잡힌 레어픽쳐도
봉투에서 발굴되었으며, 초등학생에게 받은 위문편지, 누가 이랬네
저랬네, 누가 누구랑 헤어졌네, 누가 입대 했네, 제대 했네, 등등,
꺼내본 편지지 안에서 수많은 사연과 잡담들이 다시 한번 잠자던
기억들을 깨워 일으켰다.
참 많이도 주도 받았다. 정말.
발굴작업이 끝날 무렵, 정말 희귀문서가 발견 되었다.
간혹, 왜 있쟎아, 국회 도서관에서 뭐가 발견 ㅤㄷㅚㅆ다느니 하는거.
어, 딱 그식이야. 그식.
고딩때 사귀던 여친한테서 받은 생일선물... 내 기억으론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테입이던가.... 에 딸려온 쪽지가 발견 되었다.
'오빠가 이런 음악 좋아할지 모르겠지만요, 제가 요즘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똑같은거 또 사서 선물로 드리는거예요.
(중략)
오빠의 17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1993년 x월 x일, 사랑하는 xxx가 '
어떻게 생겼었는지 이제 기억도 잘 안나는 아주 옛날 여친의 쪽지를 바라보며
히히덕 거리던 나는, 미용실에서 마사지 받고 돌아오시는 어무이의
현란한 벨소리에 방바닥 가득히 쏟아놓은 추억들을, 다시 주섬주섬
상자안에 추려넣기 시작했다. 넣다보니까 또 느꼈는데,
참, 거 많이도 주고 받고 했다.
이제부터 메일 접고 편지 써야겠다. 진짜루.
아님 메일을 프린트 아웃해서 챙겨놓을까? <- 이뭐병
지금 시간이 그러니까 11시 25분.
이미 가족들은 잠자리에 들었고, 나도 슬슬 자야겠다.
김해공항에서 12시 비행기니까, 9시엔 나가야 하겠징?
그럼 이만... 일본가서 다시 귀영보고 하겠음.
이번에는 특히 신경써서 황급히 집으로 내려왔건만,
집에는 아 무 도 없 다.
하긴, 일본이야 지금이 황금연휴중이라 난리 법석이겠지만
여기야 시퍼런 평일 아닌가. 가족들이 다 어디론가 나가는게
지극히 정상적인거겠지.
집에 혼자 있으려니 몸이 뒤틀리고 해서 집근처에 있는 극장이나
한번 가보려고, 영화 뭐하나 인터넷에서 대충 살펴봤더니
별로 땡기는게 없어서 관뒀다. 우아한 세계는 이미 부산시내
어느 극장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영화도 물건너 갔고, 이제 남은건 케이블 TV.
한시간 정도 들누워서 보다보니까 좀이 더 쑤셨다.
메신저로 바쁜 사람들 괴롭히는것두 좀 그렇고 해서 이제 정말 뭐할까
하다가 손이 간 곳이 "위문품"이라고 적힌, 군바리 시절 주고 받았던
편지를 모아둔 상자.
대체 이 상자는 언제 받았던가.
꽤나 큼직하네. 분명 좋아라 먹었을꺼야.
상자를 열어보니, 가득히 포개어진 편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덤으로, 하루하루 일기가 기록된 쥐색 다이어리 두권도 발굴ㅤㄷㅚㅆ다.
다이어리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우선 편지들을 뒤적였다.
내가 전에도 언급했지만, 역시 편지는 나중에 들추어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메일따위랑 비교를 하겠어? 이건 완전히 무슨 DVD보는 느낌.
편지지하며, 글쓴 사람의 글체하며, 희미하긴 하지만 어떤 냄새까지.
벌써 12,3년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다시 생생히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이거 받았을때 심난했지..'
'휴가 나가면 꼭 이거하자 저거하자 했었지. 이거 보믄서...'
몇장 들추다 보니, 군대가서 첨 받은 편지가 나왔다.
다름아닌 집에서 온 편지.
한장 가득, 앞장은 어무이가, 뒷장은 아부지가 써서 보내온 이 편지.
뛰엄뛰엄 눈에 들어오는 내용인즉슨,
'너를 보내고 한번도 울지 않았단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 (생략)' - 어무이
'남자라면 다 한번 거쳐야 하는 것이다. 끈기와 참을성, 사회 생활에 필요한 용맹함을 배워서... (생략)" - 아부지
등등의 정말이지 고무적이고 감동적인 멘트들.
지금 생생히 떠오르는데, 이 편지를 아침에 점호하기 전에 뜯어보고
얼마나 감동이 되고 힘이 나던지, 봉와직염에 걸린 발목의 통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군가도 더 목이 터져라 부르며 그날 훈련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편지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과연 메일이 이런 에너지를 실어줄 수 있을까?
훗날, Mom & Dad의 편지는 나의 힘들었던 유학시절에 다시한번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편지를 봉투에 접어넣고 다시 뒤적거리기를 계속 하다보니
어느덧 두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직 반도 안봤는데... 하며
뒤집어 엎기를 계속한것이 장장 네시간.
참 많이도 주고 받았다.
Jaymz군이 훈련소에서 특기교육 할때 보낸 편지도 발견했고,
그가 자대 가서 고참들이랑 같이 찍은 군기 완전잡힌 레어픽쳐도
봉투에서 발굴되었으며, 초등학생에게 받은 위문편지, 누가 이랬네
저랬네, 누가 누구랑 헤어졌네, 누가 입대 했네, 제대 했네, 등등,
꺼내본 편지지 안에서 수많은 사연과 잡담들이 다시 한번 잠자던
기억들을 깨워 일으켰다.
참 많이도 주도 받았다. 정말.
발굴작업이 끝날 무렵, 정말 희귀문서가 발견 되었다.
간혹, 왜 있쟎아, 국회 도서관에서 뭐가 발견 ㅤㄷㅚㅆ다느니 하는거.
어, 딱 그식이야. 그식.
고딩때 사귀던 여친한테서 받은 생일선물... 내 기억으론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테입이던가.... 에 딸려온 쪽지가 발견 되었다.
'오빠가 이런 음악 좋아할지 모르겠지만요, 제가 요즘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똑같은거 또 사서 선물로 드리는거예요.
(중략)
오빠의 17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1993년 x월 x일, 사랑하는 xxx가 '
아어.... 17번째라쟎아 17번째.
어떻게 생겼었는지 이제 기억도 잘 안나는 아주 옛날 여친의 쪽지를 바라보며
히히덕 거리던 나는, 미용실에서 마사지 받고 돌아오시는 어무이의
현란한 벨소리에 방바닥 가득히 쏟아놓은 추억들을, 다시 주섬주섬
상자안에 추려넣기 시작했다. 넣다보니까 또 느꼈는데,
참, 거 많이도 주고 받고 했다.
이제부터 메일 접고 편지 써야겠다. 진짜루.
지금 시간이 그러니까 11시 25분.
이미 가족들은 잠자리에 들었고, 나도 슬슬 자야겠다.
김해공항에서 12시 비행기니까, 9시엔 나가야 하겠징?
그럼 이만... 일본가서 다시 귀영보고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