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금연 2년차

돈가방 2006. 11. 14. 07:06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배신하지 않고 곁에서 나를 위로해 줄 것만 같았던 이 물건과 작별을 고한지도 2년이 되어가나보다.

한 10년은 된 느낌인데, 타이머를 보니 이제 2년이란다. 처음 담배를 시작한 것은, 고2때 친구가 권해서였는데, 녀석 눈앞에선 필 수 없어서 88을 한갑 사서 부모님들이 모두 잠든 새벽에 베란다에서 첫개피를 피운것이다. 드라마에서 오버하는것처럼, 그렇게 엄청난 거부반응은 없었고, 어렸을때 할아버지 한테서 나던 냄새가 나서 잠시 아련해 졌던것 밖에 별다른것은 없었다.

그로부터 대학에 들어가고, 동아리에 들어가고, 군생활을 하면서 이 물건과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말았었다. 내 20대의 주옥같은 장면들을 나와 함께 경험했던 이 물건은, 신기하게도 이물건의 연기를 보면 그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어서 더더욱 이 물건과 멀어지는 것을 힘들게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담배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캠퍼스 잔디에 나동그라져서 취기에 바라보던 하늘, 동아리 사람들, 축제, 같이 객기부리던 친구들, 훈련소 연병장, 여자친구 이야기하며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고참, 내가 아무렇지 않게 건넨 담배를 눈물겹게 바라보던 쫄따구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물건에게서 자유로워 졌다. 적어도 2년전 보다는.

절대 못끊을것 같던 내 친구도 요즘 담배를 끊었단다.

흡연가 여러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과거 흡연자로서 충고드리는데 담배들 끊으시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