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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업실/생활의 단상

까마귀

by 돈가방 2006. 9. 1.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지만, 여기는 까마귀가 참 많다.

까치처럼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조류와는

판이하게 구분되는 까마귀(적어도 내가 생각할때는)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망할놈의 생명체는 길거리에 나와있는

쓰레기 봉지에 때지어 몰려들어, 사정없이 봉지를 쪼아 내용물을

밖으로 흩어놓는다.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이렇다 할 천적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활개치는 꼬락서니를 도무지 못봐주겠다.

뭘 먹고 자라는지, 덩치도 크다.

큰놈을 보면 두려움을 느낄때도 있다.

가끔, 녀석들은 건물 계단의 난간에 앉아있다가, 계단을 올라오는 나와

눈이 맞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이 두렵지 않은지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기 일쑤다.

울음소리 또한, 아름답지 못하여서,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하고

울어대는 소리를 듣자면, 가히 불길함의 절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곳 사람들은, 녀석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생활쓰레기를 모으는

곳엔 꼭 그물을 씌워 놓는다. 수집장소가 아닌 곳에 대충 버려진 쓰레기는

십중팔구 가혹한 쪼임을 당한다. 출근시간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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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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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다가, 옆에 있는 맨션의

쓰레기 수집장에 모여든 녀석들을 보았다. 그물이 쳐지지 않은

손쉬운 먹잇감( 혹은 장난감?)을 언제나 처럼 익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비는 추적추적 오는데, 깃털은 완전히 젖은채, 평소보다는 아주 조금

힘없이 비닐봉지를 뜯고 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까마귀도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 출처 : Google Japan >